목포대학교 문화인류학전공 조교수 박 정 석

5. 토속음식으로서의 홍어

한 사회에서 특정한 사람들이 먹는 음식의 유형과 조리방식은 그들을 다른 사회 혹은 그 사회의 다른 집단과 구별되는 징표이자 은유로 사용된다. 장기간에 걸쳐 특정 집단에서 먹는 음식과 조리방식일지라도 다른 문화 및 다른 방식이 섞이게 마련이다. 따라서 특정 지역만의 음식이 일반적인 음식으로 전환되기도 하며, 이전에는 없었던 조리방식이 새롭게 차용되기도 한다. 특정한 조리방식은 음식의 세계화 과정에서 원래의 장소 및 재료와는 상관없이 특정 지역의 표지로 인지될 뿐 아니라 조리방식 그 자체가 ‘상품화’되기도 한다. 즉, 음식에 있어서도 특정 지역의 정체성과 관련하여 동화와 재해석 과정이 발생한다.

홍어는 최근 들어 ‘재발견’ 혹은 ‘재인식’된 토속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1990년대부터 고갈된 홍어와 존폐의 기로에 섰던 홍어잡이 어선들이 대중매체의 관심을 끌면서 ‘전통’음식, ‘문화’음식으로 급부상 하였다고 할 수 있다. 홍어자원의 감소는 가격상승으로 이어졌으며 고가의 선물용으로 등장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1990년대 후반부터 수입산 홍어가 급증하면서 홍어는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포장’ 및 ‘택배’ 상품으로 탈바꿈되었다. 홍어의 대중화 및 상품화는 홍어를 생산하거나 가공하는 지역의 대표적 음식으로 부상되었으며 해당 지역의 역사·문화적 전통을 지닌 음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흑산도에서는 ‘흑산홍어’라는 이름으로 수입산과 비교되는 ‘참홍어’의 생산지임을 내세우며 정약전의 『자산어보』에서 그 전통성과 진정성을 찾는다. 목포에서는 홍어의 집산지이자 소비지라는 이점을 들어 관광객들을 상대로 ‘전라도’의 멋과 홍어의 맛을 연계시켜 판매한다. 영산포에서는 삭혀서 먹는 조리법을 내세워 영산포가 숙성홍어의 메카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홍어는 지역정체성과 결부되면서 새롭게 이미지화되고 있다.

토속음식으로서의 홍어가 각광을 받게 된 이면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첫째는 홍어가 고갈되면서 대중매체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았다는 점이다. 대중매체와 작가들의 음식문화 탐방기는 일반인들의 호기심을 부추기고 홍어에 대한 수요증가로 이어졌다. 둘째는 수입산 홍어의 등장이다. 값싼 수입산 홍어가 들어오면서 홍어의 소비지역이 확장되었다. 수입산 홍어로 인하여 과거 영산강을 끼고 있는 전라도 지역만의 음식에서 전국적인 음식으로 소비지역이 확대되었다. 특히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에 소포장으로 납품되면서 홍어가 마치 패스트푸드처럼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상품화’ 된 음식으로 탈바꿈되었다. 셋째는 냉장·냉동기술의 발달과 유통시설 및 유통망의 확대이다. 냉장·냉동기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계절과 기후변화에 상관없이 홍어는 이제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었다. 또한 택배업의 발전은 홍어를 특정지역의 특정한 사람들이 먹는 음식이 아니라 누구나 취향에 따라 선택해서 먹을 수 있는 상품으로 바꾸어 놓았다. 넷째는 홍어가 정치적 상징음식으로 등장한 것이다. 표면적으로 혹은 암묵적으로 김대중과 호남지역의 정치인들 그리고 이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이 홍어를 정치적인 상징물로 이용하면서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제5장 홍어요리의 상품화와 전라도

목포대학교 문화인류학전공 교수 윤 형 숙

1. 홍어와 전라도

홍어는 전라도를 대표하는 토속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전라도 잔치에 홍어가 나오지 않으면 잔치가 아니다”, “전라도 사람 치고 홍어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전라도 출신이 아니면 홍어 먹을 줄을 모른다”라는 말이 전라도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며 타 지역 사람들에게도 적지 않게 알려져 있다.

전라도의 토속음식인 홍어에 관한 기사가 신문 지상에 심심치않게 실리며 전국적으로 알려진 것은 김대중 정권 때이다. 홍어를 좋아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한 후 연구 활동 명목으로 1993년부터 1년간 영국 캠브리지대학에 체류할 때 흑산도 홍어를 공수해 먹었다는 말이 전해지면서 전라도 음식인 홍어가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이후 전라도의 상징적 인물인 김대중 대통령이 ‘즐겨 먹은’ 홍어는 전라도를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다.

전라도라는 말은 지역적·공간적 실체를 지칭하는 동시에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사회적·정치적 경험이나 집단 정체성을 의미한다. 공간적·집단적 정체성은 사람들의 일상적 경험의 공유와 실천, 사회적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동시에 타자와의 만남과 다름의 인식, 자발적 소외와 구별, 정체성의 신비화 전략에 의해 만들어지고 강화되기도 한다. 전라도 토속음식으로서의 홍어는 전라도의 ‘정치적’ 상징인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전라도 지역을 대표하는’ 민주당의 상징어라는 표현 등에 나타나듯이 소외와 권력, 자발적인 타자성의 강조를 통한 결속력 강화라는 ‘정치적’ 전략 등에 의한 생산·재생산되기도 한다.

그러나 전라도의 소외와 타자성, 전략적 소외와 결속의 상징으로서의 홍어라는 개념을 통해서 홍어와 전라도 지역정체성을 설명하는데에는 큰 한계가 있다. 전라도 사람들의 홍어 소비의 전통 및 홍어 소비에 대한 경험과 기억, “전라도에서는 잔치에 홍어가 나오지 않으면 진짜 잔치가 아니라고 한다더라”라는 전라도 외부 사람들의 인식, 현재 홍어가 소비되는 사회문화적 과정에서 형성되는 전라도 토속음식의 이미지 없이 홍어의 정치적, 상징적 이용은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전통적으로 전라도 사람들은 모두 홍어를 좋아하고 홍어를 먹었을까? 홍어는 어떤 사회문화적 과정을 통해 전라도의 상징어족이 되었을까? 영광 굴비, 목포 세발낙지, 전주 비빔밥 등 전라도 내에서 생산되는 식자재와 향토음식이 있는데 홍어가 전라도 지역을 상징하는 토속음식으로 알려지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전라도 사람들이 좋아하고, 전라도 사람들만이 아는 홍어의 진정한 맛이란 어떤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