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숙
스스로 입을 지워버린 어미가 있다 황금빛 명주실을 잣는 황금누에는 우화하는 순간 입이 퇴화된다 생의 절정에서 배란에 집중하던
모성은 별을 향해 날던 나무가 거치적거리는 팔을 떼어내고 옹이를 만들 듯 입을 꿰맸다
하늘이 땅이 되고 땅이 허방이 되는 허기의 번뇌에서 날개는 정지한 듯 보이지 않는 속도의 퍼덕임으로 어미의 강을 날았다
맨땅에서 버둥거리는 날갯짓은 바윗덩이를 매단 자맥질이었다 어미는 삭아 내리는 날개를 옹이 박힌 입으로 핥았다 날 수 없는
날개는 눈물이었다
어려운 시절 부황증 든 어미가 많았다 오랜 가뭄에 지친 저수지가 수문을 닫아걸 듯 스스로 곡기를 끊은 어미
강은 말라붙다가 말라붙다가 황금누에가 우화하던 날 풍선처럼 부풀어올랐다
바람이 된 혼신의 날갯짓 비행운처럼 깃털 하나씩 뽑아내며 멀어진다 우주 어디에선가 시방 어미의 눈물이 빅뱅을 일으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