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일본사람들 웃음소리강물처럼 넘쳤던 그 길 걷다보면죽었던 홍어들 되살아나는거친 숨소리 들을 수 있다집집마다 항아리 속에 숨어보름쯤 깊이 잠들었다가기지개 켜고 눈을 떠복사꽃 속살로 피어나는불꽃 같은 향기 가득한 거리영산포에 홍어가 다시 돌아와화려했

문순태 작가   2024-11-11

삶이 메마르거나 지루할 때가끔은 톡 쏘는 자극으로심신 흔들어줄 일이다홍어에 탁주 한 잔이면그대 인생에 꽃향기 퍼지고헤어진 고향 친구들 다시 만나흘러간 노래 부르고 싶어진다영산포 오면, 잘 삭힌 홍어로영혼까지 충전시켜줄 수 있다아, 쫄깃한 인디 핑크빛

문순태 작가   2024-10-27

어둠 기다리며 불 밝혔던 그 시절을 그리워 마라 너에게 그 날은 화려했겠지만 나라 잃은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큰 슬픔이었으니 지금은 비록 불이 꺼져 있어도 밤배 길 안내하는 대신영산포를 지키는 수호신이다 네가 있으면 수평선 펼쳐지고눈을 감아도 길이 훤

문순태 작가   2024-10-13

기적(汽笛)도 대합실도 사라지고 없는 텅 빈 공간철길은 있어도 기차는 오지 않고떠나가는 사람도 돌아오는 사람들도 그림자 되어 쓸쓸히 남아있네 너른 공간 공원으로 다듬어이별의 눈물과 귀향의 기쁨꽃으로 피고 나무가 되어 사랑으로 그 자리 지키고 있네

문순태 작가   2024-09-30

샘물로 맺어진 사랑은천년이 지나도 시들지 않고영원으로 흐른다하늘이 맺어준 운명적인 사랑은이승 떠나도 마르지 않는다왕건과 오씨녀의 사랑은삶이 무겁고 세월이 흐를수록샘물처럼 더욱 해맑아진다네완사천 샘은 오늘도새로운 사랑의 역사 타오르기를기도하듯 애타게 기

문순태 작가   2024-09-08

천년 고도 나주에 올 때마다줄을 서야만 먹을 수 있었다그래도 먹고 나면가야할 길 아득히 멀어도발걸음 한결 가벼워졌다한때는 장터 사람들허기를 달래주었던평민들의 선물 같은 밥상이제는 귀족 음식이 되었구나시원하고 푸짐하고 개운하고밤새워 우려내고 우려낸그 맛

문순태 작가   2024-08-26

흔적을 찾는 일은 기억하기 위한 것 오늘도 나주 율정 찾아 터덕거렸네안타까운 발길, 어디 나 한 사람뿐이랴 다산(茶山)과 손암(巽庵) 형제 슬픈 이별 생각할수록 마음이 아리네 율정교차로와 연화제도 가보고서문주막에서 탁주도 마셔보았네 죽음만큼 아픈 이별

문순태 작가   2024-08-12

그날의 함성은 아직메아리 되어 들리고오래된 역사 (驛舍)그대로인데꽃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1929년 10월30일 오후 4시그대들은 조국 독립을 위해핏빛으로 붉게 타올랐다독립운동의 꽃씨가 된박준채 박기옥 이광춘아, 그렇지그대들 이름은 우리들 기억 속에꽃으

문순태 작가   2024-06-23

남평 드들강에 가면징검다리에서 시를 낚으며커피 내리는풀잎 같은 시인이 살고 있다시인이 내린 커피 맛은1그램의 진한 사랑만큼이나쌉싸래하고 새콤달콤하다오늘도 새벽부터강물 위에 영혼 드리운 채꿈꾸며 무등산 바라보는시인의 눈빛은봄날 강물처럼 깊고 온유하다어느

문순태 작가   2024-06-09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강은은하수처럼 반짝거린다햇살 일어서는 날에는은빛 날개 활짝 펴고하늘로 날아 오른다나주대교 전망대 카페 루에서과테말라 커피 마시며 바라보면강은 또 하나의 하늘이다나는 연처럼 높이 솟아오르고강은 땅 아래로 낮아진다 내 인생의 회로에서

문순태 작가   2024-05-27

자동차 타고 다리를 건너다가문득 한 번 쯤 걷고 싶을 때가 있다살아 있는 동안 수십 번 오갔던남평대교 건너기 전에 차를 세웠다물안개 내려앉은 드들강 숨소리와어머니 눈물 같은 강변 망초꽃이애타게 나를 잡아끈 순간강이 강으로만 보이지 않았다강은 꽃으로 피

문순태 작가   2024-05-12

잔조롭던 강물이 아우성치며 철조망 같은 보를 넘어 줄달음친다무엇이 자연의 흐름을 막을 수 있겠는가흐름에는 흐름대로의 질서 있으니조절을 빌미로 함부로 손 댈 일 아니다강변은 자를 대고 반듯하게 선을 그어자전거 길, 캠핑장, 주차장, 공원 등칼날처럼 잘

문순태 작가   2024-04-29

어머니 같은 무등이 성큼 다가서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낮은 바람에 개망초 꽃물결 일렁이는 상무교 다리 아래 혈포(穴浦) 언저리 도시의 쓰레기 휩쓸고 달려온 광주천이영산강 목덜미를 치받고 들어오자 발걸음 멈추고 강물을 바라본다 강은 더러움 탓하지 않고

문순태 작가   2024-04-14

이름도 낯선 베이커리 카페 일상 탈출과 커피로 친해지는 곳 루프탑에 올라 커피 탁자에 놓고 강을 바라보다가 시선 빨려들어 나도 강물이 되어 흘렀다 머릿속이 하얗게 텅 비어 내가 누구인지조차 망각했다 흐르고 흐르다 고개 들어보니 은하수 빛 강 위에 산동

문순태 작가   2024-03-25

‘봄날은 간다’ 노래를 목청껏 불렀다듣는 이 아무도 없으니 내 마음 물안개 되어 잦아든다 황룡강이 영산강을 감고 모퉁이 돌아 탁 트인 언덕에 조금은 호화로운 정자 그냥 지나쳤다면 후회 할 뻔 했구나 높은 벼슬자리 박차고 낙향하여 유유자적 근심 털고 노

문순태 작가   2024-03-10

도심 속 너른 평야 서창들녘풍년 기원 농악소리 하늘 닿고 강바람 건듯 불어오자 정결한 억새꽃 무리지어 가야금 산조가락에 나붓나붓 살풀이춤을 춘다 한때는 세곡선 드나들던 서창포구 여름에는 만드리축제가을에는 억새꽃잔치 빛고을 대동세상 열렸네 이웃에 벚꽃

문순태 작가   2024-02-26

백양사 고불매(古佛梅) 꽃피운물방울들 모여 장성호에 쉬었다가 강변공원에 머무는 동안 십억 송이 노란 꽃잔치 열려황룡강을 눈부시게 품었구나 이 세상 꽃으로 가득 채워사람들이 향기로워진다면 미움도 싸움도 잠재울 수 있을까 꽃바람에 내 마음 가벼워진 오늘

문순태 작가   2024-02-04

고향 잃어버린 사람들 눈물 여기에 가득 고였구나 농촌 근대화 깃발아래물에 잠긴 마을들 북상면 오천팔백 면민들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네 망향동산에 올라 이름 불러도 메아리는 돌아오지 않고 고향찾아 온 허칠복이 울부짖음 징-징-징- 울려 가슴을 친다 물

문순태 작가   2024-01-21

바람 데불고 시 읊기에 딱 좋은 곳벼랑위에 날개 접은 정자에 올라고개 들면 도심의 빌딩들 무등을 가리고 발부리 아래로 극락강 물 찰랑댄다소금장수 총각의 못 다 이룬 사랑 눈물 되어 유유히 흐르고 소금배 드나들었다는 옛 나루터에들꽃이 노을빛으로 타오른다

문순태 작가   2024-01-01

여기가 극락이라니 번뇌 잊고 피안(彼岸)에 이르기참으로 멀고도 가깝구나 물 맑고 산 푸르고 들꽃 흐드러지게 피었으니 극락 세상 아니겠는가 극락역 대합실에 앉아 있으니백팔번뇌 씻겨 내리고 마침내 청정심(淸淨心)을 찾았다 내가 대합실을 찾은 것은다시 떠나

문순태 작가   2023-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