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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포 인초와 희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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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3호] 승인 2023.04.24  01: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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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북구 (사)한국농어촌관광학회 수석 부학회장

영산포는 1970년대 전후기에 국내 최대 화문석 산지였다. 1971년 12월 5일자 조선일보에는 “돗자리 가공업이 성황을 이루자 농가는 인초 재배로 재미를 보게 됐다.

올해 나주군에서 2천호의 농가가 1백 20정보에 인초를 재배해 약 1억 원의 조수익을 올렸다.”라는 기사가 있다. 인초는 골풀이며, 꽃문양이 있는 돗자리는 화문석이다. 당시 나주에서 생산된 화문석은 약 100만장으로 어마어마한 수량이었다.

나주의 화문석은 고려 시대 이전부터 유명했으며, 1900년대에는 일본인들이 영산포에 정착하면서 특산물이 되었다. 영산포에 거주했던 일본인들은 일본식 주택에 사용되는 다다미용 돗자리를 만들어 국내에 있는 일본인들은 물론 일본에 수출까지 하였다. 이것이 바탕이 되어 광복 후에는 나주 곳곳에 인초공장(화문석공장)이 세워졌다. 특히 영산포는 동신인초공장 등 크고 작은 화문석 공장이 가동되면서 외지인들이 취업을 위해 나주로 오는 등 활기가 넘쳤다.
 
화문석 공장에서 사용된 것은 대부분 인초였으며, 주로 계약재배에 의해 생산하였다. 인초를 수확할 때는 생 줄기가 마르기 전에 논가에 파놓은 웅덩이 흙탕물에 인초를 넣고 밟아서 진흙 염색을 하였다.
 
인초에 진흙 염색을 하면 열을 잘 흡수해 줄기 온도가 상승해 건조가 빠르게 된다. 건조가 촉진되면 산화 효소의 작용이 억제되고 동시에 진흙의 피막이 생겨 광선의 직사와 엽록소의 분해에 필요한 산소의 공급이 차단되면서 엽록소가 분해되는 것을 방지한다. 
 
진흙이 코팅됨으로써 햇볕에 의한 골풀의 변색이 방지되고, 골풀과 진흙의 화학적 작용에 의해 골풀이 독특한 향기를 갖게 된다. 진흙으로 염색한 골풀은 진흙의 입자에 흡수되고 나서 증산하기 때문에 섬유 내부의 손상도 억제해 내구성이 높아진다. 
 
진흙 염색은 이러한 장점이 있으나 화려한 문양을 만들 때는 색이 단조로운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색색의 합성염료 및 식용색소를 염색에 사용하기도 했다. 염색은 생산지가 아니라 인초공장에서 했는데, 당시 영산포에는 곳곳에 인초공장이 있었으므로 염색하는 모습은 낯익은 풍경이었다.
 
영산포 선창가의 구 동양척식주식회사 문서고 인근에 있었던 옛 고아원(희망원)도 인초공장으로 사용되면서 염색을 하고 화문석을 만들었던 곳이다. 희망원(고아원)이었던 이 건물은 현재 허물어져 가고 있으나 그 장소와 건물에는 인초의 염색처럼 많은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옛 희망원에는 독일 하노버 공과대학을 나와 1959년에 한국에 와 나주비료공장(구 호남비료,현 LG화학)에서 기술자로 근무했던 프리츠 호만(귀화명 호만녕부) 씨의 사연도 있다. 프리츠 호만 씨는 나주에서 목공과 철공 직업학교를 세워 가난한 아이들에게 기술을 가르쳤고, 희망원을 적극적으로 후원했다. 수양아들로 삼은 아이들 등 12명을 독일로 유학 보내고 후원했다. 
 
나주를 사랑한 프리츠 호만 씨의 부인이 죽었을 때 나주 사람들은 호만 씨 못지않게 슬퍼하며, 비료공장 가까이에 묘지를 만들어 주었다(동아일보. 1964.11.26.). 그리고 호만 씨가 독일 유학을 주선하고 후원했던 아이들 중에는 세계적인 학자가 된 분들이 있다.
 
희망원의 장소는 프리츠 호만 씨처럼 희망원을 후원했던 했던 사람들, 그곳에서 희망을 품고 자란 사람들, 이웃으로 함께 했던 영산포 사람들의 이야기 등 많은 사연이 있는 장소이다. 더욱이 그곳에서 자란 사람들에게는 고향 집과 같은 존재이다. 
 
그곳이 공익적인 장소 또는 희망을 주는 사회적 기업 등 희망원의 의미를 되살리면서도 영산포 관광 산업에 뜻깊게 활용되어 아름다운 색으로 빛나길 기대한다.
 
   
▲ 영산포의 옛 희망원 건물과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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