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는 가장 민주적인 옷이라는 주장들이 많다. 나이, 성별, 계급, 국가, 계절, 시간, 장소, 상황에 대한 차별 없이 입을 수 있어 민주적이고 평등한 옷이라는 것이다. 20세기에 형성된 자유와 도전이라는 이미지 그리고 민주적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정치 현장 등 다양한 장면에서 이용되는데 정말로 민주적일까?

 

청바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해부하면 과거나 현재나 비민주적인 옷이다. 청바지는 쪽(인디고)으로 염색한 데님(denim)이라는 면직물로 만든 것이다. 1870년대 미국에서 광부들을 위한 튼튼한 바지를 만든 것이 직접적인 유래이나 그 이전에도 프랑스 등지에서 유사한 옷들이 있었다.

 

인디고라는 용어는 인디언을 의미하는 라틴어 Indicum에서 유래했으며, 인디고 염료를 옷에 염색한 역사는 4000년 이상 되었다. 인디고 염료는 그 우수성으로 인해 인디고 식물이 자라는 곳곳에서는 착취와 억압이라는 역사를 갖고 있다.

 

유럽인들은 1600년대에 북미를 식민지화하면서 경제적 수확량이 가장 큰 작물을 재배했다. 처음에는 담배, 생강, 쌀, 설탕과 같은 것을 재배하다가 1700년대 중반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찰스턴 지역은 인디고 재배의 핵심 지역이 되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인디고가 환금작물로 인기를 끌자 아프리카 노예의 수입이 증가했다. 조지아주의 주지사는 인디고 산업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노예제도를 합법화했으며, 독립 전쟁이 시작될 무렵 조지아의 노예 인구는 18,000명 이상이었다.

 

노예제도와 관련이 깊었던 인디고는 지금도 인디고 재배와 문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2017년경 미국 메릴랜드주정부에서는 나주의 쪽을 메릴랜드 지역에서 재배하여 소득 작물 및 문화예술 활동에 활용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나 이러한 흑인과 관련된 역사문화적인 배경으로 크게 축소된 적이 있다.

 

유럽인들은 돈이 되는 인디고 재배에 대해 북미 외에 남미 등 곳곳에서도 실시했었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곳인 인도이다. 19세기 초에 영국인들은 인도에 많은 인디고 생산 농장을 만들면서 인도 농민들에게 식량 작물 대신 인디고를 재배하도록 하면서 매우 높은 이자로 대출을 강요했다.

 

농부들은 인디고 농사를 지어도 시장 가격의 2.5%만이 돌아왔으므로 이윤을 남기기 어려워 빚을 자손들에게 물려주었다. 영국의 극심한 폭정과 가혹한 세금 및 저당권에 시달린 농부들은 반란을 일으켰고, 들불처럼 퍼졌다. 이때 인도의 국부로 불리는 마하트마 간디는 비폭력 시민불복종 전략을 세우고 조직적인 시위와 파업을 이끌어 냈다. 

 

인디고의 억압과 착취 역사는 합성 인디고 염료가 발명된 후 끝난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천연 인디고와 합성 인디고의 화학구조는 동일하지만 석유 기반의 합성염료에는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합성 인디고를 대량으로 염색하는 과정에서는 수 많은 화학물질들이 사용되므로 인간과 환경에 좋지 않다. 인디고 염색 공장은 대부분 가난한 나라에 있으며,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이 노동자로 일하면서 독성물질에 노출되면서 만들고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청바지는 선진국에서 즐긴다. 

 

청바지는 소득이 적은 계층도 차별 없이 입을 수 있다고는 하나 수 백만원 하는 것들도 있어 사회적, 계급적 차이를 드러내는 지표를 보여 주기도 한다. 따라서 합성 인디고로 염색한 청바지는 여전히 민주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이는 주변 곳곳에서 민주를 외치면서도 민주적이지 않은 현상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그렇지만 나주의 천연 쪽(인디고)은 억압과 착취의 역사가 없고, 누구든지 접근성이 좋은 전통문화와 산업자원이며, 미래지향적인 탄소중립의 친환경적인 염료라는 점에서 민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