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북구 (사)한국농어촌관광학회 수석 부학회장

브라질과 나주는 17,692km의 물리적 거리가 존재한다. 물리적인 거리뿐만 아니라 인종, 생활풍습, 기후 환경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달라도 너무 멀고 다르나 천연염색을 화제로 삼으면 매우 가깝다.

브라질은 유엔에 가입한 193개국 중 유일하게 천연염료 이름이 국가 이름에 사용된 나라이다. 나주는 세계 유일의 공립 천연염색박물관이 있는 곳으로 브라질과 천연염색이라는 접점이 있다.

브라질의 원래 이름은 원주민인 투피족(Tupi)의 언어로 ‘야자나무의 땅’을 의미하는 핀도라마(Pindorama)였다. 야자나무의 땅으로 불리었던 브라질은 유럽의 대항해 시대에 자본주의 약탈 경제의 먹잇감이 되었다.

1500년에 포르투갈 선장 페드로 알바레스 카브랄(Pedro ?lvares Cabral)이 이 땅을 처음 발견했을 때 ‘성 십자가의 섬(Ilha de Vera Cruz)’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성 십자가의 섬(브라질)’의 영유권을 확보한 포르투갈 왕실은 붉은색의 염료나무(브라질 우드, Brazilwood)가 많은 것에 주목하고, 이 나무 벌목에 중점을 두었다.

당시 유럽에서 염료식물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만큼 비중이 컸고, 특히 붉은 염료의 수요가 많았다. 붉은 염료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가며 수입했는데, 인도 등지에서 수입한 소방목(蘇枋木)이라는 식물의 사용이 많았다. 그 식물은 프랑스, 스페인 및 포르투갈 시장에서 브레질(brezil), 브레실룸(bresillum) 또는 브라질(brasil)로 불리면서 고가로 거래되었다.

그러던 차에 신대륙인 ‘성 십자가의 섬’에서 채취한 붉은 염료식물이 유럽에서 판매되기 시작하자마 상업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포르투갈은 이 염료식물로 인해 경제가 크게 발전할 정도까지 되었다.

유럽인들은 ‘성 십자가의 섬’에서 채취한 붉은 염료식물에 대해 기존의 소방목 이름인 브라질(Brasil)을 붙였으며, 고급 직물의 염색에 사용하면서 수요가 크게 늘었다.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생산에 더욱 박차를 가했고, 현지에서 해외로 수출하기 위해 나무를 자르는 원주민에 대해 브라시스(brasis), 상인들은 브라질레이로스(brasileiros, 브라질인)라고 불렸다.

브라질(Brasil)이 생산되는 ‘성 십자가의 섬’에 대해서도 16세기 후반부터 테라 브라질리스(Terra Brasilis), 테라 두 브라질(Terra do Brasil)로 지칭하면서 지도에 표시하였다.

포르투갈인들은 브라질우드(Brazilwood)의 탐나는 색상이 부를 가져다주자, 이 나무의 독점권을 유지하기 위해 전쟁도 불사할 정도로 공격적이었다. 원주민들을 노예로 삼은 것은 물론 아프리카의 흑인들을 노예로 삼아 브라질우드 벌목과 운반 작업을 시켰다.

포르투갈인들은 브라질우드에 대한 벌채를 멈추지 않았다. 식민지화 첫 100년 동안 약 200만 그루의 브라질우드가 베어져 브라질 대서양림의 약 6,000킬로평방미터(미국 델라웨어 크기보다 약간 큰)가 지도에서 사라지게 했다.

붉은색의 염료식물로 인해 브라질이라는 이름이 붙은 브라질은 1825년 9월 7일 독립하면서도 브라질 제국이라는 이름을 사용함으로써 오늘날까지도 브라질로 불리고 있다.

브라질이라는 나라 이름은 천연염색이 중세 말기 세계 경제와 식민지, 노예제도 등에 매우 비중이 컸음을 압축적으로 말해 준다.

동시에 나주에서 세계의 천연염색 콘텐츠의 적극적인 수집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활용하면 많은 나라들과 쉽게 접점을 가지게 될 것이며, 그 결과는 국제적인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수요 창출과 발전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음을 말해 준다. 그 말에 귀를 기울였음 한다.

▲ 중세 유럽에서 브라질로 불리었던 소방목 염료로 염색한 활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