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나주시의 문화유산 가운데 사적의 숫자가 줄어드는 면도 있지만 반남면에 있는 고분군임으로 명칭을 변경하여 반남고분군이라고 한 것이다. 30여 기의 고분군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덕산리고분군 주변 정비 과정에서 발굴조사를 한 결과 주변에서 몇 기의 고분이 더 확인되어 앞으로 조사가 진행된다면 더 많은 고분이 분포한 것으로 확인될 것이다.

 

반남고분군은 1917년 조선총독부박물관 고적조사위원이던 야스이 세이이쓰(谷井濟一)가 조사할 때 현재 국보로 지정된 금동신발과, 환두대도 등 많은 귀중한 유물이 출토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1916년에 이미 옹관이 확인된 사실이 있었음이 연구를 통해서 확인되었다. 

 

최근에 정인성 영남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1904년 초여름 신촌리고분군을 조사했던 야스이(당시 도쿄제국대학 문과대학 국사과 1학년)가 리포트로 제출한 <임나일본부의 기초>라는 글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경주에서 류마티스로 고생하면서 고분을 파헤치고 보고서를 쓰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는 와중에도 성주, 고령, 함안 등지에서 끊임없이 고분 발굴을 시도한 이유를 밝히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나주에서 옹관이 발견된 사실을 알고 눈보라 몰아치는 날씨를 무릅쓰고 신촌리 9호분과 덕산리 1,5호분, 대안리 8,9호분을 함께 조사하였다. 그들이 남긴 짧은 보고문에는 ‘이 고분들은 그 장법과 관계 유물로 추측하건대 아마도 왜인(倭人)의 것일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나주 반남면의 왜인 유적이라는 제목으로 특별보고로 제출하기로 한다.’라는 내용을 통해서 그들의 숨은 의도를 알 수 있다. 물론 보고서는 내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들이 새롭게 확인된 배경에는 정인성 영남대 교수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음을 알아야 한다. 정인성 교수는 안식년을 맞아 중국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많은 고분을 파헤쳤던 야스이가 생전에 수집했던 유물과 그가 남긴 많은 자료들이 경매로 나온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경매로 나온 다양한 물건 가운데 야스이가 생전에 남긴 많은 문헌자료는 우리나라 일제강점기의 문화유산에 대한 일제의 정책적 측면은 물론 발굴조사 등의 정황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중요성이 아주 높은 물품이었다. 

 

정교수는 관계요로에 경매물건을 사와야 된다고 간곡히 요청하였으나 묵묵부답임을 목격하고 정교수 자신이 직접 사비를 들여 경매에 나온 야스이의 유품을 사오게 되었다. 이렇게 확보된 자료를 바탕으로 몇 년 전에 정교수는 나주 반남면에 와서 심포지엄을 할 때 야스이가 남긴 일부 자료를 분석하여 왜 반남고분군이 이른 시기에 조사되었는지를 이야기 해주었다. 그리고 몇 장의 나주 관련 사진도 최초로 공개해 주었다. 이 자리 빌어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린다. 

 

나주시는 복암리 3호분 발굴조사가 끝나고 3호분 발굴조사 성과 및 경험을 바탕으로 학술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국립문화재연구소와 함께 신촌리 9호분에 대한 조사를 했다. 야스이 조사 이후 82년 만에 우리 손으로 재조사를 한 것이다. 조사 결과 9호분이 최소 1차례 수직적 분구 확장이 있었고, 1917년 당시 출토된 용도를 몰랐던 토기가 무덤을 장식하는 원통형 토기의 하부였다는 것은 물론 토기의 전체 모양을 알 수 있는 무덤 장식용 원통형토기가 새롭게 많이 출토되었다. 

 

당시 발굴조사를 주도한 김낙중 전북대 교수는 신촌리 9호분은 3단계에 걸쳐 매장이 이루어졌고, 5세기 중엽부터 6세기 전엽까지 3세대에 걸쳐 조성되었다고 추정한다. 원통형토기열, 분구 확장 및 웅덩이형 주구 등 영산강 유역 옹관분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고분으로 판단한다. 

 

한편 정호선 국회의원(1996.5.30.~2000 5.29) 시절 신촌리 9호분 출토 금동관을 보물로 지정하자는 운동이 있었다. 당시에 나주시민 2만 5천여 명의 서명을 받아 금동관을 소장하고 있던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건의한 일이 있었다. 건의서를 받아 든 당시의 중앙박물관 관계자는 긍정적이지 못했으나 당시에 많은 분들의 관심으로 보물이 아닌 국보로 지정되는 쾌거가 있었다. 현재는 국립나주박물관의 가장 상징적인 유물로서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영산강유역 마한문화권에 대한 사업은 ‘역사문화권 정비법’ 등이 시행되고 있어 장밋빛 같지만, 사업 추진에 많은 어려움이 산재해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문화권을 공유하는 지역 자치단체 간의 협력과 전라남도의 적극적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