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숙

생의 반환점마다 증표로 달아준
기미, 주근깨, 잡티
온 하늘에 흩뿌려진 우리네 흠집 물들여보자
땀의 한숨이 누렇게 배인 목둘레나 겨드랑일랑
그 수고를 지르잡아서 쪽물에 다독여주자

뭉뚱그려 도매금으로 넘기기에 아쉬운
시간일랑 홀치기로 친친 감아서
하얗게 춤추는 추억의 악보로 남겨두자
너와 나 비록 시작은 달랐어도
한 탯줄에 감긴 쌍생아처럼
마음에 마음 나누어
저 물색 깊은 자궁을 통해 다시 태어나보자
연리지처럼 두 핏줄이 이어져
혈맥이 통통 뛰고 그래서 두 마음이 통일 되면
백혈구도, 적혈구도, 단맛도, 쓴맛도
행여 외면하지 말고
혹여 눈썹 찌푸리지 말고
위아래, 눈치코치 모르는 똑같은 물색이 되자

멀리 보면 한물에 든 쪽빛이려니
조금 연하다고, 조금 진하다고 무엇을 견주랴
나중에 나중에
발자국 깊이만큼 패인 주름의 눈빛이나 읽어보자

우리네 얽힌 생 물들여보자
우리 함께 서로 더불어
똑같은 물색으로 물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