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의 다시 보는 한국인의 의식구조

 “한국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꿈, 깡, 끈, 꾀, 끼’ 등 다섯 가지가 필요하다. 꿈은 인생의 비전이자 가능성이고, 깡은 근성을 말한다. 끈은 학연·지연·혈연이 아닌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꾀는 재치 혹은 감각을, 그리고 끼는 유머를 겸비한 자기 PR을 뜻한다.”

“한국인에게는 세계가 주목할 만한 긍정적인 의식구조가 많다. 타인을 배려하는 따뜻한 정, 외세에 굴복하지 않았던 선비정신, 끈기 있는 깡, 그리고 무한한 잠재의식이 바로 그것이다.”

조선일보에 23년 동안 ‘이규태 코너’를 6700여회 연재해 생활 한국학의 지평을 연 이규태(1933～2006) 선생의 말이다. 아침에 먹는 비타민처럼 한국인에게 매일 생기를 불어넣었던 이규태 선생의 글을 모은 ‘한국인의 의식구조’ 1～4권과 단행본 2권 중 금쪽같은 글귀들만 추려 지금 시대에 맞게 재편집한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한국인의 힘1,2》가 나왔다.

한국인의 의식 속에 숨겨져 있는 ‘집단의 동일화’에 주목한 이 책에서 저자는 “한국인은 우리사회, 우리나라. 나아가 우리민족이 집단적으로 어려움에 봉착하면 이를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이겨내는 놀라운 힘이 있다”고 장담한다.

‘일본의 40년 압제와 6?25전쟁, 분단 60년이라는 악조건을 딛고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가입한 경제규모 세계 12위’라는 기적에 가까운 나라라는 자부심을 가지라고 채근하는 이 책은 이러한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가능케 한 근원, 즉 한국 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인은 개인적인 관심사, 장래 희망, 개성, 기호, 취미, 그리고 가족에 이르는 모든 일을 집단에 귀속하고, 그 집단 속에서 문제가 해결되고 성취되길 바라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능률은 극대화되고, 집단의 바람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저자의 글에는 전통역사 기술이 깃들고 발품 들인 민속학적 지식과 서구의 사회과학이론이 나오고 또 개인적인 해외 여행담까지 한 대 녹아 있다. 책은 문사철(문학,역사,철학)을 맛깔스럽게 버무려 한국인의 전형적인 의식구조와 가치관을 긍정적으로 검증하고 희망적으로 일깨워주고 있다.

조선일보사에서 오랫동안 글을 쓴 저자는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관점에서 우리들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어렵고 힘든 시대를 맞아 절망적인 상황을 우리들의 본 모습과 참 마음을 통해 극복하고 발전시켜가자는 취지에서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이라는 부제가 이 책에 붙어 있기도 하다.

《한국인의 힘》은 한국인이 위대하다거나 한국인이 문제가 있다거나 어떤 점이 좋고 나쁘다거나 평가하는 책이 아니다. 우리가 한국인으로서 살아가면서 미처 깨닫지 못하거나 혹은 알면서도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우리의 본질을 짚어봄으로서 장점을 발전시키고 단점을 보완하여 시대에 맞는 한국인의 힘으로 승화시키자는 것이 저자의 의도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을 읽는 시간만은, 한 세대를 앞서 간 분의 의미 있는 교훈들을 되짚어 보며 내일을 준비하는 자세로 새로운 모습의 우리를 만들어 가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저자 이규태는 연세대학을 졸업하고 1959년 조선일보사에 입사하여 문화부, 사회부, 편집부 국장을 역임했다. 조선일보 논설위원으로 활동하며 1983년 3월 1일 ‘명월관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여, 2006년 2월 23일자 신문에 독자들에게 보내는 고별사를 싣기까지 모두 6,702회의 「이규태 코너」를 써서 국내언론 사상 최장기 연재집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자신만의 원칙을 고수하며 수십 년 간 독자와의 약속을 한 한 번도 어기지 않았던 성실한 언론인으로 큰 족적을 남긴 그는 ‘한국인의 의식구조’ 등 120여권의 저서를 남기면서 한국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이규태 선생이 말하고자 했던 우리의 강한 정신력이 다시금 되살아나 한국인의 좌표를 잡는 정신적 밑천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