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출산률 저하 국가

                                                                                 논설위원  김 노 금
                                             
오십대에서 육십 대에 이르는 세대는 어릴 적부터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또, <하나만 낳아도 삼천리는 만원 이다>라는 표어를 주문처럼 외우며 자랐던 세대이다.

그랬다. 60년대서부터 80년대 까지는 인구 억제 정책을 국가의 흥망을 좌우하는 최대 역점 사업으로 꼽았던 적이 있었다.
 
여성들의 교육열이 높아지고 사회 참여가 늘어나면 출산을 기피하는 것이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것은 서구 사회의 예를 봐도 잘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오히려 그때부터 출산을 장려하고 가정의 소중함을 계몽했어야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한심스런 정책이었다. 얼마 전 방한한 미국의 인구고령화 전문가 폴휴잇 박사의 경고는 우리 모두를 전율케 하고 있다.

▲ 논설위원 김노금

한국이 출산률을 높이는데 성공하지 못한다면 2100년에는 지금의 인구에서 3분의 1로 줄어들 것이라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인구 학자들은 세계의 평균 출산률이 2.0명인데 반해 우리의 출산률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을 근거로 하는 이야기다. 2100년에 3분의 1로 떨어지는 인구가 2200년에는 140만 명으로 줄어듦으로써 결국에는 지구상에서 한국인이 없어져 버릴 날이 오고야 만다는 이야기 이다.

‘어쩌면’이 아니라 세계 최고 출산률 저하국가라는 지금의 현실을 보면 결코 과장되거나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과학적인 근거가 되는 앞으로 200년 안에 지구상에서 확실하게 사라질 민족일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농촌에 아기 울음이 사라진지 오래라는 것은 우리 모두다 똑같이 절감하는 현실이지만 실제로 아이가 사라진 농촌을 보면 쓸쓸하다 못해 적막감이 들 정도이다.

끝없이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결혼을 미루거나 결혼을 해도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출산력 저하는 결국 사회와 국가에 크나큰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된다. 생산력이 감소되는 것으로 시작하여 필연적으로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기에 간과해서도 안 될 일이다. 모든 국가정책이 결국은 인구가 기본이 되기 때문에 지방자치 단체에서도 갖가지 출산혜택을 내놓고 인구 늘리기에 힘을 쏟고는 있으나 어쩐지 한 박자 쳐진 듯싶고 현실적인 대안으로 많이 미흡해 보여 안타깝다.

국가의 모든 혜택이 그들을 지원하고 지지해 주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없는 한 지금 같은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의 출산 장려책으로는 어림없어 보이는 마음이 단지 나만의 염려는 아닐 것이다.

삼천리강산이 노인인구로 가득 차고 마을에 한두 명 남아있는 오륙십 대가 그들을 부양하는 이런 구조는 아무래도 재앙이다. 이 고샅 저 고샅에서 아이들의 왁자지껄 뛰노는 소리가 들리는 세상, 노인과 아이들이 함께 손잡고 꿈을 이뤄가는 그런 세상을 꿈꾸는 것이 너무 큰 욕심일까?

한 달 수입 250만원에 자식 과외비가 180만원 이라며 울부짖던 어느 주부가 힘든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식당일을 하고 청소부 일을 마다 않는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살인적인 교육비에다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도 이삼십 대 젊은이들  태반이 백수여야 하는 현실에서 비정규, 저 임금 노동자, 그리고 실업자로 살아가면서 느껴야하는 박탈감과 암담한 현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맞물린 참으로 복잡 미묘한 현실이 안타깝다.

열심히 일하면 잘 살수 있다는 꿈이 사라진 세상에 저소득 계층의 빈곤이 구조화 되어버린 현실은 아무리 출산률 저하의 심각성을 강조한 들, 젊은이들에게는 먼 나라의 이야기 일 뿐인 것이다.

그 어떤 것에도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이 두려운 현실 앞에서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은 시집 장가가는 것도, 아이를 낳아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도 어쩌면 사치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정말 가슴 아프다. 구조적 빈곤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시급한 시점이다.

여러 가지 제도적 방안이 추진되고는 있지만 빈곤이 고착화되는 상황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완화시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비경제 활동 인구가 또다시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소식까지 더해져 우울해진다.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줄 수 있는 대책은 정녕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