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대학교 문화인류학전공 교수 윤 형 숙

3. 일상/의례음식에서 고가의 별미 요리 음식으로

전라도 잔치에 빠지지 않고 나올 만큼 ‘흔하던’ 홍어가 ‘웬만큼 사는 사람도 꼴을 보기 힘들어 진’ 것은 1980년대 중반부터이다. 홍어가 귀해진 것은 무엇보다도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으로 인한 어류의 고갈과 중국 어선에 의한 어구의 유실 때문이었다. 1980년대에 흑산도에서는 걸낙 방식으로 홍어잡이를 하였는데 중국어선이 와서 조업을 했을 뿐 아니라 투척해 놓은 걸낙 도구까지 ‘깡그리’ 쓸어가 버렸다(김○희, 52세, 여, 흑산도 해녀 출신).

어류자원의 고갈과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및 어구 유실로 1980년대 초에서 중반까지는 흑산도·홍도 근처에서 30여 척 되던 홍어배가 급격히 줄어 1989년에는 홍도배 한 척만 남게 되었다.

흑산·홍도의 홍어잡이가 살아난 것은 국가에서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강력하게 단속하면서부터다. 지역의 특산물인 홍어잡이 어업의 맥이 끊길 위험에 처하자 신안군에서는 홍어잡이 배에 3,000만원을 보조하였다. 불법어업 단속이 강화되자 어자원이 늘고 군의 지원도 생기게 되면서 홍어잡이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차츰 홍어잡이 어선이 늘어나 2008년 현재 흑산도·홍도에 9척의 홍어잡이 배가 조업을 하고 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흑산도의 홍어잡이 배가 서서히 감소하면서 홍어는 특별한 사람만이 먹을 수 있는 매우 귀하고 비싼 어류가 되었다. 지중해의 절인 대구(salt cod), 러시아와 이란의 철갑상어, 북유럽의 절인 청어(pickled herrings), 스코틀랜드와 스칸디나비아의 훈제 연어 등 한 때 가격이 싼 생선종류들이 과다 노획으로 귀하게 되면서 상류 엘리트 계층만이 먹을 수 있는 생선이 된 것처럼 홍어도 고가의 귀한 음식이 된 것이다. 명절이나 결혼식, 장례식 때의 접대음식으로 쓰던 홍어는 홍어 맛을 아는 사람들에게 주는 고가의 선사품, 특별히 돈 있는 사람만이 먹을 수 있는 비싼 음식이 되었다. 선물을 하기 위해 돈 있는 사람들은 홍어잡이배에 특별 주문을 하기도 했다.

홍어가 귀하게 되면서 홍어를 좋아하는 특별한 사람들을 위한 ‘유명한’ 홍어전문 음식점이 생기게 된다. 지금은 전국적으로도 유명해진 목포의 홍어전문 음식점 금○달이 생긴 것은 1984년이라 한다. 금○달 식당은 집에서 해 먹던 홍어를 요리로 해서 파는 목포에 생긴 거의 최초의 홍어음식점이다. 금○달은 구 목포상고(지금의 전남제일고) 앞 한정식 골목에 위치한다. MBC 방송국, 경찰서, 시청과도 가까운 곳에 있다.

주변에 있던 한정식집들이 많이 없어졌지만 금○달은 지금까지 같은 장소에 있다. 외관상 금○달은 매우 허름한 시골 음식점처럼 생겼다. 방이 두 개 뿐인 내부도 시골의 가정집 살림방과 같은 모습이다. 방에는 주인의 일상적 살림살이와 사진들이 배치되어 있다. 다른 것이 있다면 간단한 메뉴판, “이렇게 구릿내 나는 음식에서 어찌 이런 맛이 나는지…. 너무나 환상적인 체험을 하고 갑니다. 참말로 환장하것소이” 등 그동안 다녀간 손님들이 남긴 글을 코팅한 것, KBS 정보센터, SBS 출발모닝와이드, MBC 아침이 좋다 등 TV 3사 프로그램에 나온 사진, 금○달에 관한 신문기사, 금○달을 남도별미음식점으로 지정한다는 전라남도지사의 지정서를 확대·복사하여 코팅한 판넬이 걸려 있다는 점이다.

금○달은 ‘진짜 흑산도 홍어’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만큼 가격이 비싸다. 4인 정식 기준으로 20만 원인데 삼합, 찜, 탕 정도가 나온다. 흑산도 홍어가 비싸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은 진짜 흑산도 홍어를 먹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값을 치러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20만원 대의 음식에 특별히 서비스가 좋은 것도 아니다. 우리는 진짜 흑산도 산 가정식 홍어요리만 팔기 때문에 그 이상의 서비스가 필요 없다는 듯한 느낌을 준다. 값이 너무 비싸서 웬만한 사람들이 가서 음식을 먹기 힘들며, 지역의 유지나 특별 접대 손님들이 가정식으로 조용한 금○달을 즐겨 찾는다고 한다.

진짜 맛에는 ‘흑산도산’ 홍어와 ‘진짜 전라도식으로 삭힌 홍어 맛’이라는 의미가 중첩되어 있다. 흑산도 홍어를 구할 수 없을 때는 “오늘은 홍어가 없어 문을 닫습니다”라는 글을 써 부치고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 가격이 그만큼 비싸다는 것, 시골 살림집 같은 음식점 내부 구조 등은 사람들로 하여금 금○달은 ‘진짜’ 흑산도 홍어, 전통 ‘가정식’으로 삭혀진 홍어만을 판다고 믿게 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드나드는 사람 중에 연극협회나 사회단체의 회원, 지역 유지 등 “돈 많고 음식 맛을 아는” 사회·문화적으로 엘리트 계층에 속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도 금○달을 특별한 ‘맛의 장소’로 만드는 데에 일조한다.

인터넷의 각종 블로그에 나온 금○달에 대한 소개나 KBS 1 TV 방송 프로그램 ‘6시 내 고향’에 출현한 여주인 사진을 박은 판넬에는 금○달 홍어는 항아리에 지푸라기를 넣고 7~8일 잘 삭힌 것이라는 소개 글이 적혀 있다. 그러나 실제로 2008년 1월 필자가 금○달 식당을 찾아 갔을때 여주인의 조카가 음식주문을 받았는데 홍어를 냉장고에서 숙성시킨다고 말하였다. 홍어를 항아리에다 삭힌다고 말하는 것은 홍어를 삭히는 전통적인 방법을 가르쳐 주기 위한 ‘교육용’이라는 것이다.

금○달이 유명해지면서 나도 한 번 가보자고 큰 맘 먹고 가는 사람들, 지역의 특별한 맛을 찾아다니는 미식가들이 인터넷이나 맛집을 소개하는 TV방송 등을 통해 금○달에 대한 소문을 듣고 찾아오기도 한다. 전라남도에 의해 남도별미음식점, 목포시 추천음식점으로 지정된 것도 금○달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