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을 중앙의 언덕에 소나무가 우뚝 솟은 공원을 중심으로 전원마을이 있다.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새로 만들어진 마을이 있다. 빛가람동으로 이전한 공공기관 임직원 등 전원생활을 꿈꾸는 도시민을 위해 한국농어촌공사가 조성한 금천면 석전4리 전원마을이 주인공이다. 2007년 농림부의 전원마을 조성사업에 선정, 100여억원의 예산을 들여 2015년 준공한 79,630㎡ 부지에 65가구가 살고 있다. 완만한 경사의 구릉지에 조성한 탓에 집집마다 지하공간을 주차장이나 창고, 취미생활을 위한 작업장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직장생활과 시골살이를 병행하기 위해 2015년 집을 짓고 광주에서 이사왔다는 고정은(57세) 씨는 “수학교사로 32년을 지내다 작년에 명예퇴직하고 전원생활을 만끽하고 있다”며 “삶의 만족도는 높은데 이웃집 진돗개가 깐부(푸들, 2020년생)를 세 번이나 물어 상처를 입기도 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내며 깐부와 함께 산책에 나선다.

 

“이름은 무슨! 그냥 아줌마라고 해요”라며 이름을 밝히지 않은 ○○○(69세) 씨는 “서울에서 직장생활하던 40여년 동안 항상 고향으로 돌아갈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그 꿈을 이뤘다”며 “시청에 일보러 갔다가 우연히 분양소식을 듣고 바로 계약했는데, 아파트의 삭막한 삶을 벗어나 이웃과 음식도 나눌 수 있어 매우 만족한다”고 웃어 보인다.

 

▲ 90종 장미 130주를 키우는 홍경아(57세) 씨 마당과 울타리에 장미가 가득하다.

 

90종의 장미 130주가 눈길을 끌어당기는 홍경아(57세) 씨는 “꽃을 좋아해 화분보다 흙이 있는 마당에서 키우기 위해 이사 온 지 4년째로 올해 딸이 빛가람동 공기업에 취직해 더없이 행복하다”며 “국산 장미보다 향이 진하고 꽃도 다양해 영국과 독일, 일본으로부터 들여와 키우는데, 2월에 전지하면 5월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해 눈 내리는 12월까지 꽃을 볼 수 있다”고.. 홍 씨는 “광주전남에서 우리집 장미가 다섯손가락 안에 들 정도”라며 자랑스레 이야기한다.

 

기계 과목 교사로 30여년 재직하고 정년퇴직한 장명선(67세) 씨는 “광주에서 50년 넘게 살다 6년 전 이사했는데 지인들 만나러 다니기도 편리하고 공기 좋고 조용하다”며 “골프연습을 위해 마당에 내손으로 직접 기둥을 세우고 망을 설치해 매일 30분 정도 운동한다”며 만족감을 표한다.

 

“외국에서 공부한 3년의 시간이 꿈만 같다”는 김희원(19세) 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보낸 뉴질랜드 사람들이 착하고 맑고 자연친화적이라는 느낌을 갖고 있다”며 “학교 활동은 숲에서 뛰어노는 시간이 많았는데, 우리는 교실 중심이라 답답하다”고 아쉬워한다.

 

▲ 지형을 활용해 지하공간을 작업장으로 쓰는 강지훈(47세) 이장이 만든 뿌리공예 함지박이 각종 장비 앞에 자리잡고 있다.

 

잔디밭을 걷고 싶은 부인의 희망을 실행하기 위해 6년 전 이사온 이○○(76세) 씨는 “광주에서 국어교사로 40여년 근무하다 퇴직한 지 14년 됐다”며 “가족 돌보고 집안일 하다 몸이 상한 집사람의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환경을 찾아 전국을 다녀본 뒤 결정했다”고 한다.

 

“후계농으로 대체복무를 마치고 앞으로 진로를 구상하고 있다”는 임진웅(28세) 씨는 “대학에서 축산을 전공하고 아버지의 농장에서 34개월 동안 소를 키우며 병역을 대신했다”며 “식당도 많고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빛가람동에 가까운 전원주택을 찾아 이창동에서 이사온 지 8개월 째”라며 만족해 한다. 

 

“광주로 고등학교를 가면서 대호동을 떠나 20여년 살다 3년 전 부모님 집으로 돌아왔다”는 김민국(38세) 씨는 “시간 날 때마다 영화관을 찾아 좋아하는 영화를 본다”며 “직장이 빛가람동에 있고 적당한 인구에 차량도 많지 않아 앞으로 평생을 이곳에 살 것”이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한다.

 

전원마을에서 처음으로 집을 지은 김기심(74세) 씨는 “목포와 광주에서 각각 20여년을 살며 나주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는데, 사업을 하는 딸 내외가 분양을 받아 함께 살자고 두채를 나란히 지었다”며 “허리를 다쳐 빛가람병원에 2달여 입원했다 지난달 퇴원했다”면서 운동하러 나서는 걸음을 재촉한다.

 

▲ 배과수원과 저수지, 빛가람동에 둘러쌓인 전원마을은 도시와 시골의 정서를 함께 느낄 수 있다.

 

“네 식구 각자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통로를 중심으로 거실과 주방, 각 방이 독립된 구조로 설계하고 건축은 직접 했다”는 조정효(55세) 씨는 “2015년 남평의 아파트를 정리하고 단독주택 생활을 시작했다”며 “국도1호선에 가까워 방음벽 설치를 건의했지만 긍정적인 대답이 없다”고 아쉬움을 나타낸다. 건설업을 하는 조 씨는 “고향인 산포면에 벼농사도 짓고 있다”고 덧붙인다.

 

한국농어촌공사에 재직하는 금천면 출신 임준현(55세) 씨는 “전원마을 조성 당시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며 “혁신도시가 생기면서 함께 이주해 오는 외지인들이 도시생활의 편리함과 전원생활의 쾌적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임야와 과수원, 논이 있던 자리에 새로운 마을을 만들어 전국적으로 관심을 끌수 있어 자긍심을 갖는다”고 밝혔다.

 

마을 중앙 언덕에 소나무가 우뚝 서 있는 공원을 중심으로 단독주택과 타운하우스로 구성된 전원마을엔 아직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마을회관이 없다. 올해 신축을 목표로 시와 협의 중에 있지만, 관련 예산이 부족해 난항이라고 한다. 빛가람로와 국도1호선이 교차하는 지역에 위치하고 우석저수지와 배과수원에 둘러싸인 전원마을 주민들이 새로 들어서는 마을회관에서 오래도록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그려본다.  
 

 

 

 

“고등학교 입학하면서 자동차와 인연을 맺어 지금까지 30여년을 함께 하고 있다”.

 

“지인의 결혼식 피로연 사회를 보고 있는데, 느닷없이 ‘내일 아침에 신체검사를 해야 하니 지금부터 술을 마시지 마라’는 기아자동차 입사 담당자의 연락을 받았다”는 금천면 석전4리 전원마을 강지훈(47세) 이장은 “혈압이 높게 나와 입사가 취소될 뻔 했는데 재검을 받아 간신히 통과됐다”며 “자동차 만드는 첫 공정인 강판을 원하는 모양으로 찍는 프레스 공정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충청북도 영동군에 있는 육군군수사령부 제8탄약창에서 자동차정비병으로 군복무를 한 강 이장은 “군무원들로부터 꼼꼼히 일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아 대민지원조차 나가지 못했다”며 “일과 후와 주말이면 부대원 120명의 이발도 맡아 하느라 쉴 틈이 없어 일요일 종교행사에 참석해 부족한 잠을 자기도 했다”고 기억을 끄집어낸다.

 

“전역한 다음날 하루 쉬고 건축현장에 나가 일을 시작했다”는 강 이장은 “강판지붕 기술자로 남원의 오수면에서 일하던 중 나무를 베는 등 집안일을 거들어 주었더니 주인할머니가 고맙다며 짜장면을 만들어 싸주던 기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웃음짓는다.

 

“코흘리개 시절부터 고향인 순창의 섬진강에서 낚시를 즐겼다”는 강 이장은 “20여년 전부터 낚시하러 다닌 인연으로 작년 초 진도의 동거차도에 오래된 집을 사서 은퇴 뒤 쉴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면서 “시간 날 때마다 가서 집도 고치고 나이 많은 어르신들의 일도 거드는 ‘타고난 일꾼’”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한옥문짝을 미싱틀 위에 올려 탁자를 만드는 등 목공예가 취미인 강 이장은 “뿌리공예도 하고 용접이며 조경 등 한번 시작하면 전문가 수준에 이를 때까지 집중한다”며 “최근에 해남군의 대표적인 관광자원의 하나인 우림정원의 조경을 맡기도 했다”고 한다. 대학 후배 소개로 만난 부인과 세남매의 행복을 일구는 강 이장의 열정적인 삶을 응원한다.